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신명기 6:6-7)
3. E.T.와 헐리우드 프린트   
박종신  Homepage Email [2014-02-28 18:29:04]  HIT : 185  

1948년 12월 신시내티에서 태어난 한 유태인 소년은 전기공인 아버지를 따라 이곳 저곳 이사를 다녔다. 중-고등학교를 다닌 곳은 캘리포니아 사라토가. 학교내에서 유일한 유태인이었던 그는 친구들에게 늘 "더러운 유태인 놈"이란 소릴 듣고 다녔다. 아이들이 하도 그에게 1센트짜리 페니동전을 던져 친구들 사이에선 `페니=유태인에게 던지는 물건`이란 뜻까지 생겼을 정도였다.

크리스마스때 동네에서 유일하게 트리 장식을 하지 않았던 자기집 때문에 놀림을 받아야 했던 그 소년은 고등학교시절 아버지가 사준 8mm 코닥카메라에 푹 빠졌고 결국 영화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최근 영화전문지 프리미어가 뽑은 2003년 헐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됐다. `더러운 유태인 놈`에서 `가장 영향력인 있는 영화인`으로 거듭난 그는 바로 스스로를 "보통 유태인"이라고 얘기하는 감독 겸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는 다른 어떤 수단보다 현대문화의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세계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85%를 차지하는 헐리우드 영화는 세계인의 문화생활과 의식에 가장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가치인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전세계에 전파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의 정신을 `생산`해내는 헐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유태인이라는 점은 우연일까? 대답은 노(No). 헐리우드는 처음 생겨날때부터 유태인의 손으로 생겨났고, 지금도 유태인 줄이 없으면 영화계에서 성장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스필버그 효과`는 그런 풍토에서 나온 자연스런 현상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 영화계의 7대 메이저로는 파라마운트, MGM,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셜, 21세기 폭스, 콜럼비아, 디즈니가 꼽힌다. 이중 디즈니를 뺀 6개 회사의 공통점은 창업주가 모두 미국으로 이민와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유태인이라는 점이다. 독일에서 가난과 박해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온 칼 림믈(유니버셜), 헝가리태생 고아로 미국에 온 아돌프 쥬커(파라마운트), 역시 헝가리 태생으로 샌드위치를 팔며 미국 생활을 시작한 윌리엄 폭스(21세기 폭스), 러시아 출신의 루이스 메이어(MGM), 폴란드에서 볼티모어로 넘어와 구두수선을 했던 벤자민 워너(워너 브러더스)등이다.

7대 메이저중 만화영화로 성장한 디즈니만이 유일한 비유태인 창업주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도 지난 1984년 이후 마이클 아이즈너라는 유태인 경영자가 황제같은 회장으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에 영화산업의 메이저대열에 합류한 드림웍스도 스필버그가 유태계 동업자들과 함께 만든 영화사이다. 헐리우드에선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감독등 영화계 인사 60%이상이 유태인. 유태인은 아니지만 이름을 유태인 식으로 개명한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처럼 영화계에서는 가능하면 유태인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정도이다.

유태인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탈무드식 교육 배경을 들수 있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나 교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자라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하라고 얘기하는 일`을 좋아한다. 한 사회의 가치기준과 행동양식을 규정해주는 영화는 그런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유태인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일로 비쳐지고 있다.

유태인의 강한 협동심도 한몫한다.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은 대부분 협동심이 부족한게 특징이지만 유태인들의 경우 무슨 일을 하던지 관계없이 끈끈한 협동심을 자랑한다. 시나리오작가에서 배우캐스팅까지 다양한 분야가 합쳐진 `종합예술`인 영화산업에서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의 유태인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게다가 영화산업은 엄청난 경제적인 이득까지 가져다주니 재능있는 유태인들로서는 더없이 좋은 무대인 셈이다. 결국 2차대전까지 이탈리아 프랑스가 주도하던 세계 영화계는 유태인들의 활약으로 50년대부터 헐리우드가 압도하게 된다.

유태인이 장악한 것은 영화산업의 외형만이 아니다.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에도 유태인들의 독특한 `정체성`이 잘 투영되고 있다. 대표적인게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들. 현재의 세계에 없는 외계인이 갑자기 등장하는 영화 `E.T.`. 유태인 평론가들은 E.T.를 두가지로 해석한다. 하나는 스필버그 자신의 어린시절처럼 비유태인의 세계에서 외계인 처럼 비쳐지는 유태인이란 설명이고 다른 하나는 유태인의 종교에서 말하는 구세주격인 `복음 천사`나 `메시아`라는 분석이다.

완전히 멸종된 공룡이 살아서 돌아오는 내용의 `쥬라기 공원`도 결국 최초의 유태인인 아브라함에게 구원을 약속했던 `유일신의 재림`이나, 이미 나치의 대학살인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유태인의 생존`을 의미한다. 스필버그는 폴란드에서 홀로코스트를 주제로한 `쉰들러 리스트`를 촬영할 때 쥬라기공원의 마지막 편집을 했는데 이 두 영화사이의 놀랄만한 연계성을 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전세계에 전한 `쉰들러 리스트`에 대해 스필버그는 "다른 사람의 영혼을 구해주는 것은 전 세계를 구해주는 것과 같다"는 탈무드의 간단한 가르침을 세상에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들은 속편을 두편씩이나 만들었던 `백 투 더 퓨쳐`도 "우리의 시대를 과거처럼 새롭게 만들어 달라"는 유태교회의 기도문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스필버그가 유태인의 `선민의식`을 강조하는 쪽이라면 우디 알렌은 다소 다른 각도에서 영화에 접근한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 부모들의 유태교육에 반항하면서 자란 `자기를 증오하는 유태인`의 대표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에는 `죄의식`등 유태인의 미묘한 내면세계가 뉴욕이라는 도회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잘 전달된다. 다소 신경과민적이지만 무성영화시대의 슬랩스택 개그에서부터 유럽 예술영화의 실험적 스타일까지 모두 통달한 당대 최고의 영화 예술가로 꼽히고 있다.

`거룩한 나무(Holy Wood)`로 교회를 지으면서 세상에 영향을 주려고 했던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이제는 `헐리우드(Hollywood)를 만들어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32. 2. 유태인과 다이아몬드
     30. 4. 할례와 의술의 대가들